아이와 익산에서 만나는 백제

장소
국립익산박물관
주소
전북특별자치도 익산시 금마면 미륵사지로 362
관람시간
화~일요일 09:00~18:00, 입장 마감 17:30
휴관일
매주 월요일, 1월 1일, 설날·추석 당일
관람료
무료
어린이박물관
공식 홈페이지에서 회차와 예약 가능 여부 확인

운영시간과 프로그램은 바뀔 수 있으니 출발 전 공식 안내를 다시 확인해 주세요.

아이들과 국립익산박물관에 다녀왔어요. 입구로 이어지는 긴 회색 통로를 아이가 먼저 걸어가고, 저는 조금 뒤에서 따라갔어요. 전시실에 들어가기 전부터 미륵사지 옆에 낮게 자리 잡은 건물이 눈에 들어왔어요.

국립익산박물관 입구로 이어지는 긴 통로를 걷는 아이의 뒷모습
박물관으로 이어지는 긴 통로. 아이가 먼저 걸어가고 나는 조금 뒤에서 사진을 남겼습니다.

박물관 건물에 들어가기 전부터 여행이 시작됩니다

국립익산박물관은 주변 풍경보다 낮게 자리 잡고 있어요. 긴 진입로를 따라가면 건물이 땅 아래로 이어지는 듯한 모습이에요. 아이를 따라 걸으며 전시실로 들어갔어요.

주차장에서 바로 전시실로 들어가려 하기보다 건물의 높이와 바깥 미륵사지의 관계를 먼저 함께 보면 좋습니다. “박물관이 왜 땅속으로 들어간 것처럼 보일까?”라고 한마디 던져 두면 아이도 건물을 배경처럼 지나치지 않고 한 번 더 바라봅니다. 정답을 바로 알려 주는 것보다 아이가 먼저 모양을 살피게 하는 편이 우리 집에서는 대화가 오래 이어졌습니다.

아이와는 세 전시실을 한꺼번에 외우지 않아도 됩니다

공식 상설전시 안내에 따르면 전시는 한 전시동 안의 세 공간으로 구성됩니다. 어른 눈에는 시대와 유물을 차례대로 정리하고 싶지만, 아이에게는 오늘 기억할 물건 하나를 고르게 하는 방법이 더 편했습니다. 지붕 끝을 장식했던 커다란 치미, 여러 무늬가 새겨진 기와, 작은 유리 가공품처럼 생김새가 분명한 유물부터 함께 찾아보면 설명문을 모두 읽지 않아도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습니다.

나는 먼저 아이가 고른 물건을 보고, 그다음 설명을 짧게 읽어 줍니다. “이건 어디에 달았을까?”, “왜 이런 무늬를 넣었을까?” 정도면 충분합니다. 전시장 전체를 공부처럼 돌면 부모도 지치고 아이도 다음 공간을 피하게 됩니다. 한 전시실에서 한 가지씩만 기억해도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서로 다른 장면을 꺼내 말할 수 있습니다.

미륵사지 석탑은 박물관 안의 유물을 제자리로 돌려놓습니다

전시를 본 뒤에는 익산 미륵사지 쪽으로 천천히 걸어 보기를 권합니다. 박물관 안에서 본 기와와 건축 부재가 원래 어디에 있었는지 바깥 풍경 속에서 다시 생각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내 전시만 보고 나오면 유물 하나하나가 유리장 속 물건으로 끝나기 쉽지만, 넓은 터와 석탑을 함께 보면 이곳에 실제로 사람들이 오가고 건물을 세웠다는 감각이 생깁니다.

아이들과 걷는 날에는 날씨가 관람 순서를 정합니다. 햇볕이 강하면 먼저 실내를 보고 해가 조금 누그러진 뒤 밖으로 나가고, 비가 오거나 바람이 거세면 미륵사지를 짧게 보고 박물관에 머무는 편이 좋습니다. 야외 구간은 생각보다 넓으니 물과 모자, 아이 발에 맞는 편한 신발을 챙깁니다. 신발을 고를 때는 디자인보다 발 길이와 발볼, 벨크로 여부처럼 아이가 스스로 신고 오래 걸을 수 있는 조건부터 비교하는 것이 낫습니다.

어린이박물관은 회차를 먼저 확인합니다

국립익산박물관 공식 홈페이지에는 어린이박물관 관람예약 메뉴가 따로 있습니다. 현재 안내되는 운영시간은 화~일요일 10:00~16:50이지만 요일과 프로그램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어린이박물관을 일정의 중심에 넣는다면 출발 전에 예약 화면에서 방문일과 회차를 먼저 확인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예약 시간이 정해져 있다면 그 시간을 기준으로 상설전시와 야외 산책 순서를 배치하면 됩니다. 아이 셋과 움직일 때는 “일단 가서 보자”보다 한 번의 기준 시간이 있는 편이 오히려 마음이 편했습니다. 다만 체험을 많이 넣기 위해 이동을 재촉하지는 않습니다. 박물관에서 가족이 함께 쉬고 이야기할 틈이 사라지면, 좋은 프로그램을 다 보고도 하루가 피곤한 기억으로 남을 수 있습니다.

아빠가 고른 반나절 관람 순서

  1. 도착 후 건물과 진입로 보기 — 박물관이 주변 풍경 속에 어떻게 놓였는지 아이와 먼저 살펴봅니다.
  2. 상설전시에서 아이마다 한 점 고르기 — 세 아이가 서로 다른 유물을 고르면 돌아오는 길의 이야기도 세 가지가 됩니다.
  3. 예약했다면 어린이박물관 이용하기 — 회차 시작 전 화장실과 물 마실 시간을 여유 있게 둡니다.
  4. 미륵사지와 석탑 걷기 — 실내에서 본 유물이 놓였던 실제 공간을 함께 바라봅니다.
  5. 벤치에서 오늘의 한 장면 나누기 — 무엇이 가장 기억나는지 한 사람씩 말하고 가족사진 한 장을 남깁니다.

익산의 백제 이야기를 하루로 잇는다면

시간이 더 있다면 국립익산박물관과 미륵사지만 보고 일정을 끝내도 좋고, 다른 날 백제왕궁박물관과 왕궁리유적을 다녀온 우리 가족 이야기로 이어도 좋습니다. 두 박물관을 같은 날 모두 넣을 수도 있지만 아이들의 집중력과 야외 걷는 시간을 생각하면 한 곳을 충분히 보는 편이 우리 가족에게는 잘 맞았습니다.

박물관 여행의 좋은 점은 아이에게 무엇인가를 많이 가르칠 수 있다는 데만 있지 않았습니다. 한 전시물 앞에서 같은 것을 바라보고, 밖으로 나와 같은 길을 걷고, 집으로 돌아와 서로 다른 기억을 말하는 동안 가족의 대화가 자연스럽게 이어졌습니다. 아이들이 자라면서 함께 보내는 시간의 모양도 달라지겠지만, 나는 이런 조용한 여행을 계속 남기고 싶습니다. 많이 본 하루보다 서로의 속도를 조금 더 알게 된 하루가 우리 가족에게 오래 남기 때문입니다.